이면
물체의 뒤쪽 면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사진을 취미로 하다가 이제 나의 주업이 된 지 5년이 되었던 날
나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왔다.
'내가 왜 이걸 했지?'
'내가 왜 전에 하던것을 포기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되었다.
전에 하던일을 멈추고 사진을 시작할 때
'이 일을 시작한것이 나의 행복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하지 말자'라고 되새겼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왜'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슬럼프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생각없이 사진만 촬영하고 싶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그곳이 바로 '인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인도' 그곳은 나에게 다시 열정을 줄 수 있는 곳인 것 같았고, 생각을 잠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의 장소일 것 같았다.
여러 가지 힘듦을 겪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인도'의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갠지스강이 흐르면서도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함이 있는 곳.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가운데에 한 '성자'가 나한테 와 자신을 찍어달라고 어필을 하였다.
나는 인터넷과 책으로만 보았던 그 성자가 신기해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확인하는데 '성자'는 나에게 말을 했다.
'촬영한 돈을 달라'
그 말 한마디에 미묘함으로 행복이 가득했던 나의 마음이 불안함과 알 수 없는 거부감으로 바뀌었다.
'내가 왜 너한테 돈을 줘야 하냐? 당신이 그냥 찍으라고 했다.'
난 강하게 나갔고, 그가 추후에 말을 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내(성자들) 사진은 다 돈을 줘 촬영하는 것이다.'
이 말에 난 어이가 없고 충분히 안 줄 수 있었지만 시간이 계속 끌리기 싫어 결국 돈을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성자'가 말했던 것을 생각해보았다.
'다 돈 주거나 촬영한다.'
이 말에 큰 관심을 갖질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그곳에 머물면서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내가 재수 없게 걸려 돈을 준 것이 아니라 그곳의 '성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든 사람을 보거나 관광객을 보면
돈을 받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또는 사진집에서 존경하면서 나도 꿈꿔왔던 사진들의 정체가 이렇게 촬영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이 '거짓'이라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즉 이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뒤로 난 이 사진 하나 남기고 '성자'들의 모습을 찍지 않았다.
겉으로는 훌륭한 작품 또는 모습 속에 거짓된 모습이 보이는 이면을 난 거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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